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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인의 소유 의식
    카테고리 없음 2022. 7. 6. 22:53
    베트남 하노이 최초의 고층 아파트

     

    2006년 베트남 하노이 쭝화 지역에 처음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당시 한국 사람들은 아파트 값이 금방 오를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쭝화 지역 아파트 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의 경제성장과 함께 수영장까지 딸린 고급 아파트도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베트남 사람들은 같은 값이면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선호합니다. 베트남 인구의 약 70%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주택이 살기 편하기 때문일까요? 막상 베트남 시내에 있는 주택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30평대 주택이라고 하면 대지 30평에 건평이 한 층에 18평 정도로 해서 전체 4층 건물로 되어있죠. 천장이 높고, 계단이 많아서 주거용으로는 불편하지만, 값은 아파트보다 비쌉니다. 그래도 돈 있는 베트남 사람은 주택을 사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베트남인들의 내 것에 대한 욕구

    남다른 개인 소유욕에서 기인합니다. 즉 내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인데요. 베트남 사람들은 허공에 떠 있는 아파트를 잡히지 않는 공간으로 여깁니다. 내 땅이 없다는 거죠. 반면 분명한 경계를 갖고, 대지 위에 세워져 있는 주택은 불변의 재산으로 여깁니다. 이러한 베트남 사람들의 소유욕은 고대 촌락에서부터 형성된 것인데요. 지금도 베트남 농가를 보면 집 자체는 허술한데 담벼락은 높고 견고합니다. 낮은 담장, 싸리문으로 경계를 만든 한국의 농가와는 사뭇 다르죠. 한국에서는 담장 너머로 사람이 보이면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묻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마을을 나누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강이나 나무로 경계로 명확히 나누어져 있지요.

     

    베트남의 이러한 거주형태는 ‘우리 것’, ‘나의 것’에 대한 분명한 구분과 소유의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베트남 고사성어에 “이웃집의 나뭇가지가 우리 집 담장으로 넘어오면 잘라도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고사성어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한국의 오성 이항복과 관련한 일화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지요? 이 이야기의 결론처럼 한국인의 정서로는 나무의 뿌리가 있는 쪽이 가지의 주인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가지가 넘어오면 소유자가 바뀝니다. 베트남 사람들의 이러한 소유의식은 조그만 이권이나 이익 앞에서 더욱 강해지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소유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마찰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뭐 저런 걸 갖고 목숨을 걸고 싸우지?’ ‘별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집착하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베트남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이익도 지켜내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찰이나 갈등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 또한 베트남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베트남 속담에 “쌀 한 톨 때문에 서로 싸우지만 곧 서로 밥 먹자고 초대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쌀을 수확해서 나눌 때는 쌀 한 톨이라도 더 많이 가져가려고 싸우지만, 싸운 후에는 또 쌀을 조금이라도 많이 가져간 사람이 적게 가져간 사람을 초대해서 식사를 같이 한다는 의미인데요. 자신이 취한 이익보다 더 많이 베푸는 것으로 화해를 합니다. 이처럼 작은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분쟁까지 일으키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베트남 사람이죠.

     

    베트남 사람들의 화동성

    이러한 베트남 사람들의 성향을 화동성이라고 하는데요. 화동은 화합을 의미하는 ‘화’와 같을 ‘동’을 써서 화합해서 일치된다는 뜻입니다. 정감 성과 함께 베트남 문화의 본질을 이루는 정체성 중 하나죠. 화동성은 베트남 특유의 폐쇄적 공동체 사회가 만들어낸 특성인데요. 작은 촌락 안에서 경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재산이든 영역이든 쉽게 침범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 소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고요. 개인의 이권을 지키려다 보면 갈등이 쉽게 생깁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작은 집단 안에서 반목하고, 다투기만 하면 함께 살 수 없겠죠. 그렇다고 비천 이성을 가진 베트남 사람 이촌 락을 떠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결국 촌락에서 공존하기 위해서 화동을 선택하는 것이죠. 베트남 사람들은 그 어느 민족보다 자기 것에 대한 소유의식이 높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지나치게 우선하다 보니, 이기적인 면도 보입니다. 또 지나친 소유욕이 분쟁과 갈등을 불러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화동이 있으니까요. 외국인들은 베트남 사람의 첫인상을 ‘순하다’ ‘착하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쉽게 마음을 열고, 쉽게 내어줄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절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습니다. 특히 자신의 이권이 달린 문제라면요. 외국인이 순한 눈동자 뒤에 숨어 있는 강한 소유욕을 알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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